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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머리가 아니라 몸이 아는 순간 머리로는 안다. "완벽할 필요 없어." "실수해도 돼." 자기계발서에도 나오고, SNS 명언에도 넘쳐나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막상 내 일이 되면 다르다. 보고서 하나 쓸 때도 문장 하나에 30분을 붙잡고, 블로그 글 하나 올리면서도 '이게 충분히 좋은 글인가' 열두 번은 되묻는다. 나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냥 '꼼꼼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퇴직하고 혼자 무언가를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꼼꼼함과 완벽주의 사이에는 꽤 뚜렷한 경계가 있다는 걸. 꼼꼼함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지만, 완벽주의는 아예 시작을 못 하게 만든다. 시작도 전에 지치는 이유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을 때 첫 글을 올리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주제를 정하고, 구성을 짜고, 초안을 쓰고, 고치고, 또 고치.. 2026. 4. 3.
의지력을 믿지 마라 — 환경을 바꿔라 매일 밤 다짐한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공부하고, 책 읽어야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알람을 끄고 폰을 집어 든다. 유튜브 쇼츠 몇 개 보다 보면 30분이 지나있다. 이불 속에서 자책하면서 "나는 왜 이럴까"를 반복한다.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의 문제다. 나도 퇴직 후 한 달 동안 이 패턴을 반복했다. 매번 "내일은 다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건 의지를 더 세게 먹었을 때가 아니라, 폰을 침대에서 치웠을 때였다. 왜 의지력은 매번 실패하는가 의지력은 근육과 비슷하다. 쓰면 쓸수록 피로해진다. 심리학에서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아침에 "폰 보지 말자"라고 참는 데 에너지를 쓰면, 점심에 "운동 가자"를 실행할 에.. 2026. 4. 2.
면접관은 "뭘 아느냐"보다 "뭘 만들었느냐"를 본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경력 10년인데 이력서에 쓸 게 넘치지 않나? 그런데 막상 새로운 분야로 지원서를 쓰려니까 문제가 생겼다. 이전 회사에서 한 일은 많은데, 지금 가려는 곳에서 원하는 걸 보여줄 게 없었다. 반도체 공정 경력은 화려했지만, AI 엔지니어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건 전혀 다른 종류의 증거였다. "머신러닝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 대신, "이런 데이터로 이런 모델을 만들어봤습니다"를 보여줘야 했다. 포트폴리오는 완벽할 필요 없다 포트폴리오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진다. 깃허브에 별이 수백 개 달린 프로젝트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력 전환자의 포트폴리오는 그럴 필요가 없다. 면접관이 보고 싶은 건.. 2026. 4. 1.
"괜찮아"라는 말이 괜찮지 않을 때 "요즘 어때?" 물어보면 자동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괜찮아." 퇴직 후에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부모님한테도, 친구한테도, 나한테도. 근데 어느 날 밤에 소파에 누워서 천장을 보다가 깨달았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불안했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고, 이직은 언제 될지 모르겠고, 매일 뭔가를 하는데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감정을 숨기는 이유 심리학에서는 이걸 '감정 억압'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표현하지 않고 덮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한국 남자들에게 흔하다. "남자가 그런 걸로 힘들어하면 안 되지"라는 무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감정을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쌓인다. 작은 불.. 2026. 3. 31.
매일 기록했더니 달라진 것들 매일 기록했더니 달라진 것들 퇴직 후 첫 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뭘 했는지, 점심은 먹었는지, 저녁에 뭘 했는지. 시간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하루가 흐릿해졌다. 회사 다닐 때는 회의, 업무, 마감이라는 구조가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니까 하루가 물처럼 흘러갔다. 그래서 시작한 게 데일리 노트다. 거창한 일기가 아니라, 그냥 오늘 뭘 했는지 적는 거다. 노션에 날짜를 적고, 한 일을 체크하고, 간단한 메모를 남긴다. 3주가 지나니까 단순한 기록이 예상 못 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록이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 기록의 첫 번째 효과는 자기 객관화다. 머릿속으로는 "나 꽤 열심히 했는데"라고 생각하지만, 기록을 보면 현실이 보인다. 저녁에 하기로 한 영어 공부를 일주일 중 하루.. 2026. 3. 30.
이직 준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이직 준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퇴직서를 내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막상 "이제 뭘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정작 뭘 먼저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채용 공고를 뒤적여 보지만 자격 요건이 낯설고, 이력서를 열어보면 막막하고, 링크드인 프로필은 2년 전에 멈춰있다. 나도 그랬다. 반도체 업계에서 거의 10년을 보냈는데, 새로운 분야로 옮기려니 신입사원 때보다 더 막막했다. 그때는 최소한 "일단 지원하면 되지"라는 단순함이 있었는데, 경력직 이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첫 번째: 일단 채용 공고 30개를 읽어라 지원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읽어라. 가고 싶은 회사, 관심 있는 포지션의 채용 공고를 30개 정도 모아서 읽으면 패턴이 보인다. 어떤 기.. 2026.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