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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성장

이직 준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by 용뱀88 202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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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준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퇴직서를 내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막상 "이제 뭘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정작 뭘 먼저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채용 공고를 뒤적여 보지만 자격 요건이 낯설고, 이력서를 열어보면 막막하고, 링크드인 프로필은 2년 전에 멈춰있다.

 

나도 그랬다. 반도체 업계에서 거의 10년을 보냈는데, 새로운 분야로 옮기려니 신입사원 때보다 더 막막했다. 그때는 최소한 "일단 지원하면 되지"라는 단순함이 있었는데, 경력직 이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첫 번째: 일단 채용 공고 30개를 읽어라

 

지원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읽어라. 가고 싶은 회사, 관심 있는 포지션의 채용 공고를 30개 정도 모아서 읽으면 패턴이 보인다. 어떤 기술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지, 어떤 경력을 원하는지, 내가 갖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외국계 반도체 장비사의 AI Application Engineer 포지션을 타겟으로 잡고 공고를 분석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가 있었다 — Python, Machine Learning, 영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도메인 전문성. 내가 가진 건 도메인 전문성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만들어야 했다.

 

이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뭘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코딩 배워야지" 하는 것과 "Python으로 SEM 이미지 결함 분류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두 번째: 6개월 로드맵을 만들어라

 

"빨리 취업해야 하는데 6개월이나 기다리라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경력 전환은 단거리가 아니라 중거리다. 준비 없이 지원하면 서류에서 떨어지고, 떨어질수록 자신감이 무너진다. 차라리 3~6개월을 투자해서 제대로 준비하는 게 결국 더 빠르다.

 

로드맵은 거창할 필요 없다. 나는 이렇게 나눴다.

 

1~2개월: 기초 역량 쌓기. 온라인 강의, 기초 프로젝트, 자격증 공부. 이 시기에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서 불안하다. 하지만 이 시간이 없으면 나중에 무너진다.

 

3~4개월: 포트폴리오 만들기. 실제 데이터로 프로젝트를 하고, 깃허브에 올리고, 블로그에 과정을 기록한다. 면접관은 "뭘 알고 있느냐"보다 "뭘 만들어봤느냐"를 본다.

 

5~6개월: 지원과 네트워킹. 이력서를 다듬고, 링크드인으로 사람을 만나고, 면접을 본다. 이 시점이 되면 "나는 이걸 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생겨있다.

 

세 번째: 링크드인을 먼저 업데이트해라

 

이건 내가 3주 동안 미루다가 뒤늦게 깨달은 거다. 링크드인 프로필 업데이트를 계속 "다음 주에 하지" 하면서 미뤘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았다.

 

링크드인은 이력서가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어도 된다.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 AI/ML 분야로 커리어 전환 중"이라고 쓰는 것 자체가 시작이다. 리크루터들은 "준비 중인 사람"도 찾는다. 프로필이 2년 전에 멈춰있으면 아예 검색에도 안 잡힌다.

 

네 번째: 작은 것부터 공개해라

 

이직 준비는 혼자 하면 외롭고, 외로우면 포기하기 쉽다. 나는 블로그에 공부 과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파이썬 독학기, 캐글 도전기, 영어 공부법. 대단한 내용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기록을 공개하면 두 가지가 생긴다. 하나는 꾸준함의 증거. "이 사람은 3개월 동안 이렇게 성장했구나"를 보여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연결.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들이 먼저 연락해온다.

 

가장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것

 

이직 준비에서 가장 어려운 건 첫 발을 떼는 순간이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아무것도 안 하게 되고, 아무것도 안 하니까 불안해지고, 불안하니까 넷플릭스를 틀게 된다. 이 루프를 끊는 방법은 딱 하나, 아무거나 하나 시작하는 거다.

 

채용 공고 하나 읽기. 온라인 강의 1강 듣기. 링크드인 헤드라인 한 줄 바꾸기.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다음 행동을 부른다. 나도 "캐글에서 파이썬 기초 강의나 들어볼까"로 시작한 게 3주 만에 머신러닝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처음 들었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미 첫 발은 뗀 거다. 다음은 채용 공고 하나 열어보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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