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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및 자기계발

퇴직 3주 차 솔직 고백 — 계획의 절반은 실패했다 (그런데 그게 정상이더라)

by 용뱀88 2026.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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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계획하는 모습

계획표는 완벽했다. 실행은 아니었다

퇴직하고 첫째 주에 노션에 계획표를 만들었습니다. 06:30 기상, 러닝 5km, 명상 10분, 책 읽기, OPIc 연습, AI 공부, 블로그 작성, 영어 쉐도잉, 22:30 취침. 빈틈없는 하루 루틴이었습니다.

만든 순간은 뿌듯했어요. "이 정도면 3개월 뒤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겠는데?" 그런데 3주가 지난 지금, 이 계획표의 달성률을 솔직하게 까보면 좀 민망합니다.

 

숫자로 보는 3주간의 성적표

노션에 매주 회고를 쓰고 있어서 숫자가 정확합니다.

러닝 — 이건 잘했습니다. Week 1에 4일, Week 2에 3일. 평균 거리도 4.2km에서 4.77km로 늘었습니다. 뛰고 나서 팟캐스트 3번 반복 듣기를 병행했는데, 이건 진짜 습관이 됐어요.

블로그 + X(트위터) — Week 1에는 0개였습니다. 뭘 써야 할지 몰라서 한 편도 못 올렸어요. 그런데 Week 2에 5일 연속 달성했습니다. 0에서 5로 점프한 건 이번 3주 중 가장 큰 성과입니다.

명상 — 목표는 매일. 실제는 주당 2일. 3주 내내 달성률이 40%를 못 넘었습니다. 아침에 러닝하고 샤워하면 "빨리 공부 시작해야지"라는 생각에 명상을 넘기게 됩니다.

영어 쉐도잉 — 솔직히 거의 못 했습니다. Week 1은 0회, Week 2도 1~2회. 저녁 시간에 하겠다고 계획했는데, 저녁이 되면 이미 지쳐서 "내일 하자"가 반복됐습니다.

몸무게 — 75.4kg에서 시작해서 지금 74.1kg. 약 1.3kg 빠졌습니다. 대단한 건 아닌데, 방향이 맞다는 게 중요합니다.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했다

3주간의 데이터를 보니까 명확한 패턴이 보입니다.

패턴 1: 음주 다음 날은 모든 루틴이 무너진다. Week 1 금~일에 3일 연속 술을 마셨는데, 월요일에 설사, 허리 통증, 어지러움으로 이틀을 날렸습니다. 음주 1회가 루틴 2~3일을 파괴합니다. 술 자체보다 연속 음주에 기름진 안주 조합이 문제였습니다.

패턴 2: 오전 루틴은 잘 되고, 저녁 루틴은 안 된다. 러닝, 책 읽기, OPIc, AI 공부 — 오전에 배치한 것들은 대부분 실행됩니다. 반면 쉐도잉, 영어 일기 — 저녁에 넣은 것들은 대부분 실패합니다. 낮에 에너지를 다 써서 저녁엔 의지력이 바닥인 거죠.

패턴 3: 점심에 탄수화물을 폭식하면 오후가 사라진다. 짜장면이나 파스타 같은 걸 먹은 날은 오후 2시부터 뇌가 안 돌아갑니다. 단백질 위주로 먹은 날은 확실히 오후 집중력이 다릅니다.

 

실패한 항목보다 '패턴을 발견한 것'이 더 중요하다

처음에는 달성 못 한 항목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명상도 못 하면서 무슨 자기계발이야", "쉐도잉 0회? 영어 포기한 거 아니야?"

그런데 3주 치 데이터를 놓고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번 주에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게 아니라, 왜 안 됐는지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명상이 안 되는 건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러닝 후 바로 공부로 넘어가는 동선 문제였습니다. 쉐도잉이 안 되는 건 저녁에 배치해서 그런 거였습니다. 음주 후 루틴이 무너지는 건 연속 음주가 문제였습니다.

원인을 알면 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Week 3에는 이렇게 조정했습니다.

  • 명상: 러닝 후 샤워 직후 타이머 10분 자동 시작
  • 쉐도잉: 21:00 알람 고정, "10분만" 규칙
  • 음주: 주 1회 이하, 소주 반병 이하
  • 점심: 짜장면/파스타 금지, 단백질+채소 위주

 

3주 차에 진짜 배운 것

퇴직 후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구조 없이 보내면 하루가 유튜브와 함께 사라집니다. 저도 첫째 주에 그랬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완벽한 계획은 첫 주에 무너지고, 자책만 남깁니다.

3주간 배운 건 이겁니다. 일단 실행하고, 매주 돌아보고, 안 되는 건 구조를 바꾸는 것. 의지력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수정하는 겁니다.

지금 제 루틴의 완성도는 한 60% 정도입니다. 러닝과 블로그는 습관이 됐지만, 명상과 쉐도잉은 아직 불안정합니다. 그래도 3주 전 0%에서 60%가 됐으면 방향은 맞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퇴직 후 계획을 세우고 계시다면, 100%를 목표로 하지 마세요. 60%면 충분하고, 나머지 40%는 매주 회고하면서 천천히 채우면 됩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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