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쓴다.
아직 인생의 항로에 규칙 같은 걸 두지 않아서, 글도 두서없다. 퇴사한 지 반년이 넘었고, 그나마 자리 잡은 습관은 아침 러닝과 명상 정도. 나머지는 계획표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한다. 매일이 시행착오다.
오늘은 그 시행착오 중 하나를 적어본다.
퇴사하고 6개월쯤 지나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뭐가 있나 찾다가 국가취업지원제도라는 걸 알게 됐다. 신청했다. 결과는 — 당연하게도, 해당.
그런데 그 '해당' 두 글자를 보는 순간, 명치가 꽉 눌렸다.
'아싸, 개이득.' 이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웃프다는 말이 딱 맞았다. 오만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왜 도움을 받게 됐는데 마음이 무거웠을까. 한참 들여다봤다.
받는다는 건, 인정하는 거였다. 지금 내가 도움이 필요한 자리에 있다는 걸. 그게 싫었던 거다.
평생 '잘돼야 한다', '더 노력해야 한다'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았다. 그러니 도움을 받는 순간, '내 처지가 밑바닥이구나' 하는 기분이 명치를 눌렀다. 신청서를 들고 고용복지센터에 가는 상상만으로도 불쾌감이 쏟아졌다.
이번엔 그 무거움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봤다. 알아차림.
보이지 않는 손이 나한테 '찐' 알아차림을 한번 경험시켜 주는구나 싶었다. 책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던 것과는 — 대기업과 중소기업만큼 차이가 났다.
명치에 쌓여 있던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훅 쏟아졌다. 살면서 이런 건 처음 겪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그동안 내가 스스로 차단해 왔거나.
센터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울분과 불쾌함과 뭔가 딴딴한 것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버스에서 그걸 그대로 터뜨리면 미친놈 소리 들을 것 같아서 (이성은 있었네) 집에 오자마자 소리도 지르고 펑펑 울기도 했다.
이게 위의 국취 일 하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나도 안다.
아무튼 반나절을 내내 쏟아내고 나니, 명치에 있던 뭔가가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게 알아차림인가.
그대로 두는 것. 관찰자로 보는 것. 온전히 보는 나.
예전에 책으로 명상을 공부할 때는, 알아차림이 그저 바라보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니 — 나는 바라본 게 아니었다. 올라오는 생각을 억지로 좋은 쪽으로 바꾸거나, 슬쩍 무시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바꾸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그냥 봤다.
명치의 그 막혔던 건, 그러고 나서 거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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