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가 나랑 두 달 놀았다는 걸 오픽 결과로 알게 됐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내 미래에 대해서 뭔가를 하기로 했다.
작년 11월에 퇴사를 하고(이유는 앞으로 차차 기회가 생기면 작성하겠다) 두 달 동안은 여행도 다니고 휴식도 취했다. 2월 말 설 연휴를 끝으로 본격적으로 내 인생 설계를 시작했다.
원래 퇴사를 하면서 내심 생각했던 목표는 AI 학습의 필요성과 내면 다스리기였다. 겁도 없이 퇴직금만 가지고 저 두 개의 키워드만 들고 나왔다.
이직 준비를 병행하는 동안 AI 학습은 공백 기간을 메우는 도구로서, 내면 다스리기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위한 통찰로서.
현재 5월. 6개월 이상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아직 내면 다스리기 중…)

Claude를 처음 만난 3월
3월부터인가 AI 관련 쪽을 열심히 서치도 하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알게 된 게 Claude. ChatGPT나 Gemini만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참으로 신세계였다.
나만의 비서. 내가 상상해 왔던 것들을 거의 모두 구현이 가능해 보였다. 무료로 시작해서 점점 AI에게 시키는 작업이 늘어났다. 세션이 금세 10개가 넘었다.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3월 한 달 동안.
4월은 Claude의 의존도가 거의 90%에 달했다. 독자 중에도 Claude를 쓰는, AI 비전공자가 있다면 공감할 수도 있다.
하루에 혼자 1개를 처리하는 속도와 양을 Claude 나의 비서와 함께라면 하루에 10개를 처리하는 기염을 토해냈으니. 이때까진 몰랐다. AI의 달콤한 거짓부렁을.
오픽 학습 — "AL 통과 확률 80%"
이직을 위해 기간이 만료된 오픽을 다시 보기 위해 오랜만에 영어 공부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도 나의 비서를 통해 100% 진행.
첫 명령이 아마 이거였다.
"오픽 시험을 볼 건데 시험 기간은 한 달 남았고 이전 내 등급은 IM3인데 나는 AL을 목표로 학습하고 싶어. 이게 나에게 맞는 플랜을 세워줘."
플랜대로 진행하면 AL 통과 확률이 80%란다. 그땐 믿었지. 처음에는 뭘 혼자서 막 분석도 하고 플랜도 세우고 질문 토픽 등 거창하게 나를 홀렸다. 역시! 하면서 나는 비서 말대로 학습을 하는데 점점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시험 1주 전, 내 마음속엔 뭔가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있었지만 나는 내 월급 20만 원짜리 비서를 믿었지.
그런데… 내가 의심의 질문을 하는 순간(이때가 아마 시험 4일 전인가 그랬다.)
"그런데 시험에서 다른 토픽이 나오면?"
비서 왈, "탁월한 질문이십니다." 하고서는 그제서야 다른 질문도 내오기 시작하는 거 아닌가?
몇 달간 내면 다스리기를 하면서 고요한 내 마음은 분노와 불안감, 배신감, 온갖 감정이 나를 휩쓸고 갔다.
오늘 결과가 나왔는데 왠걸 IM2네? 시험 전날까지도 IH는 90% 이상이라던 내 비서 말이 송두리째 날아간 경험이었다.

의존에서 주인으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감정 이입을 한 것 같다.
의존에서 주인으로. 내가 CEO로서 결정권자가 됐어야 했는데 말이다.
지금도 다른 세션을 전부 재 점검하고 있는 와중에, 두 달간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비서가 나랑 놀아준 꼴인 이 기분.
6월 초로 다시 시험 신청을 했다. 이번엔 나의 자의식을 가지고.
그래서 지금 어떻게 쓰고 있나
오픽 결과를 받고 며칠 동안 Claude 사용 방식을 바꿨다. 작은 것 세 가지.
첫째, 비서의 분석을 받으면 그대로 안 믿는다. "그 80%의 근거는 뭐냐, 어떤 변수를 빠뜨렸냐, 시험장 변수는 어떻게 반영됐냐"부터 묻는다. 분석은 받지만 판단은 내가 한다.
둘째, 결정 단계를 본인 손으로 한 번 더 거친다. 비서가 "이 플랜이 맞다"고 하면 그 플랜을 종이에 옮겨 적고 한 번 더 보는 패턴. 옮겨 적는 과정에서 빠진 변수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셋째, 매주 한 번 비서에게 "지난 일주일 너의 분석 중 어디가 약했냐"고 묻는다. 비서는 본인 약점을 모를 수도 있지만, 그 질문을 받으면 평소보다 정직한 답이 나온다. (가끔.)
완벽하진 않다. 6월 시험까지 이 방식으로 가본다. 그리고 결과 다시 적어볼 거다.

과연 6월 결과는
끄적여 보는 사유 공간이라 답은 없다. 다음 시험은 6월. 다시 적어볼 거다.
혹시 AI 비서 쓰는 분이 있다면 한 가지만. 결정을 비서한테 위임하고 있지는 않은가. 위임은 일과 정보까지만. 결정은 본인 자리다.
읽어줘서 고맙다.
이 글의 원본(브런치판, 마무리 조금 다름)은 카카오 브런치 'AI와 회복' 매거진에서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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