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맥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불편했다. 커리어 관련 글을 읽으면 꼭 나온다. 링크드인에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라, 커피챗을 신청하라, 업계 행사에 나가라. 맞는 말인 건 알겠는데, 나처럼 낯선 사람한테 먼저 말 거는 게 어색한 사람한테는 전부 높은 벽으로 느껴진다.
퇴직 후 커리어를 전환하면서 이 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회사에 다닐 때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났지만, 나와서 보니 연락할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다. 업계가 바뀌니 기존 인맥도 맥락이 달라졌다. 새로운 분야에서 처음부터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네트워킹에 대한 오해부터 풀자
내가 네트워킹을 어려워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네트워킹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만난다'는 게 계산적으로 느껴졌고, 아직 보여줄 게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민폐 같았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까 네트워킹은 내가 상상한 것과 달랐다. 명함을 교환하면서 영업하는 게 아니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거였다. 어떤 모임에 나갔을 때 옆에 앉은 사람이랑 "요즘 뭐 하세요?"로 시작한 대화가 생각보다 자연스러웠다. 거창한 자기소개도, 엘리베이터 피치도 필요 없었다.
온라인에서 시작하는 게 오히려 편하다
오프라인 모임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온라인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나도 그렇게 했다. 관심 분야의 오픈 카톡방이나 디스코드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처음에는 그냥 읽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거다.
그러다 내가 아는 내용이 나오면 짧게 답을 달았다. 대단한 정보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저도 비슷한 경험 있는데, 이렇게 해봤어요" 정도의 가벼운 공유. 이게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어느 순간 서로를 인식하게 된다. 강제로 관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다.
링크드인, 안 하면 손해지만 방법이 중요하다
링크드인은 솔직히 한국에서는 아직 어색한 플랫폼이다. 하지만 커리어 전환을 하고 있다면 안 쓸 수가 없다. 특히 IT나 데이터 쪽은 채용 담당자들이 링크드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다.
나도 처음에는 프로필만 채워놓고 아무것도 안 했다. 게시글을 올리자니 부담스럽고, 다른 사람한테 연결 요청을 보내자니 뭐라고 메시지를 써야 할지 모르겠고. 결국 3주 넘게 방치했다. 돌파구는 의외로 단순했다. 다른 사람의 게시글에 의미 있는 댓글을 다는 것부터 시작한 거다. 공감 버튼만 누르는 게 아니라, 한두 문장이라도 내 생각을 붙여서 반응하는 거다.
이게 쌓이면 상대방도 내 프로필을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처음부터 "커피챗 하시죠"가 아니라, 먼저 존재감을 만드는 거다. 직접 해보니 이 방법이 나같이 소극적인 사람한테 훨씬 맞았다.
'주는 사람'이 되면 관계는 따라온다
네트워킹의 핵심은 결국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었다. 내가 먼저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누군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거나, 좋은 자료를 발견하면 공유하는 식이다. 이런 작은 기여가 쌓이면 사람들이 나를 기억한다.
특별한 전문성이 없어도 괜찮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귀한 정보다. "이 강의 들어봤는데 이런 점이 좋았어요", "이 책 이 부분이 실무에 도움됐어요" 같은 간단한 공유도 충분하다. 완벽한 전문가여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은 길을 조금 먼저 걸은 사람의 경험도 가치가 있다.
1명이면 충분하다
네트워킹 하면 넓은 인맥을 떠올리기 쉽다. 명함이 수백 장, 링크드인 연결이 수천 명. 하지만 커리어 전환기에 정말 도움이 된 건 넓은 인맥이 아니라, 한두 명의 진짜 대화 상대였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큰 힘이 된다.
서로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막히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가끔은 그냥 "나도 힘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 이런 관계 하나가 수백 명의 가벼운 연결보다 커리어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네트워킹에서는 특히 맞다.
어색해도 한 발만 내딛어보자
아직도 네트워킹은 어색하다. 모임에 나가면 여전히 긴장하고, DM을 보낼 때마다 고민을 한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색한 게 정상'이라는 걸 받아들인 거다. 어색함을 없앨 수 없다면, 어색한 채로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직 준비든 커리어 전환이든,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인맥은 필요할 때 급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평소에 조금씩 쌓아두는 거다. 오늘 커뮤니티에 댓글 하나 다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그 한 걸음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준다.
태그: 네트워킹, 인맥관리, 커리어전환, 링크드인, 이직준비, 커뮤니티, 커리어성장, 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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