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상을 잘 못 한다.
정확히는, 잘 하려고 해서 못 한다. 한 달쯤 매일 앉아보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번아웃으로 일을 잠시 내려놓은 뒤, 회복할 방법을 이것저것 찾아보다 결국 명상을 해보기로. 책에서 자주 봤고, 회복기 사람들이 다 한 번씩은 시도해봤다는 것 같았으니까. 운동도 좋다고 하고 산책도 좋다고 하지만,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운 사람한테는 그게 다 또 하나의 일거리였다.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앉기 시작했다. 하루 30분, 결가부좌(죽어도 안됨), 호흡을 따라가는 정통 방식. 책에 적힌 그대로.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명상이 도무지 즐겁지가 않았다. 끝나면 어깨가 뻐근하고, 다리는 저리고, "오늘은 뭘 한 거지?" 싶은 하루가 반복됐다.
그래서 어느 날 노션을 열고 내가 명상에서 뭘 하고 있는지 한번 적어봤다. 적어놓고 보니 답이 너무 명확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문제 1. 30분을 못 넘긴다
처음엔 그냥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확히 따져보니 매번 30분을 못 넘기고 있었다. 28분, 29분, 30분 알람이 울리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맞다.
왜냐하면 30분이 "끝내도 되는 시간"이었으니까. 책에 그렇게 적혀 있었으니까.
앉은 지 20분쯤 지나면 머릿속에 타이머가 자동으로 켜진다. "이제 10분 남았다." 그 순간부터는 명상이 아니라 그냥 시간 버티기였다. 호흡이 어쩌고 의식이 어쩌고는 다 거짓말이고, 그냥 빨리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30분이 목표가 된 순간, 명상은 또 하나의 과업이 됐다. 논문 마감 같은 거였다. 한 시간 일하고 30분 명상하고 또 일하고. 명상도 일정이 됐다.
문제 2. 결가부좌가 안 된다
두 번째 문제는 자세였다.
결가부좌. 양다리를 반대편 허벅지 위에 올리는 그 자세. 영화나 책에서 명상 장면이 나올 때마다 누구나 그 자세로 앉아 있다. 그래서 그게 명상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내 몸이 그렇게 안 된다는 거다. 한쪽 다리를 올리면 반대쪽 무릎이 천장을 향해 뜨고, 두 다리를 다 올리면 5분 안에 발이 저려 못 견딘다. 그래서 매일 명상 시작 전에 5분쯤 다리를 풀었다. 풀고 앉아도 10분이 한계였다.
웃긴 건, 그 5분 푸는 시간이 명상보다 훨씬 더 마음이 평화로웠다. 다리만 풀고 일어났어도 됐을 텐데 ㅋㅋ
결가부좌를 못 하는 게 명상을 못 하는 거라고 누가 그랬나. 나 혼자 그렇게 정해놓고 시간을 갈았다.
문제 3. 호흡을 컨트롤하려 한다
가장 깊은 문제는 호흡이었다.
"호흡에 집중하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나? 나는 "호흡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들이마실 땐 깊게, 내쉴 땐 길게. 이게 잘 되고 있나, 너무 짧지 않나, 다시.
그런데 호흡을 의식하는 순간 호흡이 어색해진다. 평소엔 알아서 잘 쉬던 게, 의식하기 시작하면 박자가 깨진다. 빨리 들어왔다가 길게 나가다가 갑자기 답답해서 한숨이 나온다. 마치 평소엔 자연스럽게 걷던 사람한테 "걷는 거 의식해보세요"라고 하면 갑자기 다리가 꼬이는 것처럼.
호흡뿐 아니라 생각도 그랬다. "잡념을 끊어라"라는 말을 듣고 잡념을 끊으려 하면 잡념이 더 많아졌다. "잡념을 끊자"도 하나의 생각이었으니까. 그 생각을 또 끊어야 하고, 그것도 또 끊어야 하고. 무한 루프였다.
문제의 공통 원인 — 나는 "잘 하려고" 하고 있었다
세 가지를 노션에 적어놓고 한참을 봤다. 그리고 한 줄짜리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명상을 잘 하려고 하고 있다."
박사 과정 8년 동안 내가 배운 가장 큰 무기는 "최적화하는 사고방식"이었다. 변수를 정의하고, 조건을 통제하고, 결과를 측정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조정한다. 이걸로 논문도 썼고 특허도 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명상에는 그대로 독이 됐다.
시간을 변수로 잡고 30분을 채우려 했고. 자세를 통제 변수로 잡고 결가부좌를 강요했고. 호흡을 측정 가능한 결과로 보고 컨트롤하려 했다.
연구실에선 이게 다 미덕이었는데, 방석 위에선 이게 다 방해였다.
"하는 명상"에서 "놓두는 명상"으로
그래서 방향을 바꿔봤다. 한 줄로 적으면 이렇다.
| 전 | 후 |
|---|---|
| 호흡을 집중해서 따라간다 | 호흡이 일어나는 걸 그냥 둔다 |
| 생각이 오면 끊으려 한다 | "생각하고 있네" 하고 본다 |
| 30분을 버틴다 | 지금 이 순간만 있다 |
전엔 다 동사였다. 따라간다, 끊는다, 버틴다. 후는 다 그냥 둔다. 둔다는 게 동사이긴 한데, 사실은 동사가 아니다. 안 한다는 뜻이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안 하면 명상이 어떻게 되는데? 그런데 한 2주쯤 해보니 알게 됐다. 진짜 명상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자리만 깔아주면 알아서 일어나는 거다. 호흡이 알아서 들어오고, 생각이 알아서 왔다 갔다 하고, 시간이 알아서 흐른다. 나는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으면 된다.
실제로 바꾼 것 세 가지
추상적인 말로 끝내면 의미가 없으니까, 실제로 어떻게 바꿨는지 적어둔다.
1) 시간을 30분에서 15분으로 줄였다.
엄청난 후퇴 같은데, 그게 아니었다. 15분은 부담이 없으니까 자리에 앉는 횟수가 오히려 늘었다. 그리고 15분이 편안해진 다음에 18분, 20분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30분을 무리해서 채우던 때보다 훨씬 더 길게 앉아 있을 수 있게 됐다.
타이머를 35분에 맞춰놓고, 30분 알람이 울려도 5분 더 앉아보는 연습도 했다. 알람을 끝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뇌의 습관을 풀어주는 거다.
2) 결가부좌를 버리고 버마식 + 방석으로 바꿨다.
버마식은 두 발을 앞에 나란히 놓고 무릎을 바닥에 자연스럽게 떨어뜨리는 자세다. 한쪽 발을 다른 쪽 종아리 앞에 두는 거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좌골 아래에 방석이나 접은 담요를 깔면 골반이 살짝 앞으로 기울면서 척추가 알아서 펴진다.
결가부좌 5분과 버마식 30분 중에 어느 게 더 명상에 가까운지는 너무 명백하다. 자세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ㅋㅋ
3) 호흡을 따라가는 대신 한 곳만 본다.
코끝, 가슴, 배 중 한 곳을 정해놓고 그 부위의 감각만 가만히 본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박자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 부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냥 본다. 나는 배(단전)로 정했다. 거기가 가장 부드럽게 움직이니까.
생각이 끼어들면 끊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네" 하고 이름만 붙이고 다시 배로 돌아온다. 위파사나에서 라벨링이라고 부르는 기법인데, 단순한 만큼 잘 듣는다.
2주 후의 변화
놓두는 명상으로 바꾼 지 2주가 됐을 때, 처음으로 "오늘 명상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는 메모를 남겼다. 30분을 넘게 앉아 있었는데, 끝나고 보니 20분쯤 한 것 같았다. 그게 신호였다.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건 시간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시간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건 명상을 "끝내야 할 일"로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명상다운 명상이 시작됐다.
물론 매일 그런 건 아니다. 어떤 날은 여전히 5분도 못 앉아서 일어난다. 어떤 날은 자세가 안 좋아서 다리가 저리고 끝난다. 그래도 괜찮다. 명상은 결국 매일 다시 자리에 앉는 일이지, 매번 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남은 의심
정직하게 적자면, 지금도 가끔은 "이게 맞나" 싶다.
"잘 하려는 마음을 놓는 것"도 결국 어떤 마음이다. 놓는 걸 잘 하려고 또 노력한다. 그러면 그게 또 "하는 명상"이다. 무한 루프는 여기서도 반복된다.
아마 이걸 완전히 푸는 순간은 명상이 더 이상 행위가 아니게 되는 순간일 거다. 거기까진 한참 멀었다. 일단은 매일 자리에 앉는 것까지가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명상을 시작하려는 사람한테 한 가지만 말해주고 싶다.
처음부터 잘 하려고 하지 마라. 잘 하려고 하는 그 마음이 가장 큰 방해다. 책에 적힌 자세, 책에 적힌 시간, 책에 적힌 방법은 다 참고일 뿐이다. 내 몸과 내 호흡과 내 생각은 책에 안 적혀 있다. 그건 매일 자리에 앉아서 직접 만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못 해도 괜찮다. 진짜로 괜찮다. 이걸 못 한다고 인생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잘 한다고 깨달음이 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매일 잠깐씩 자기한테 가만히 있을 시간을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줄로 적으면 이렇다.
명상은 잘 하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다. 그것도 매일.
읽어줘서 고맙다. 오늘 한 번쯤 5분이라도 가만히 앉아보길.
— 김용범
회복 과정의 다른 기록은 번아웃에서 회복하는 데 6개월에 정리해뒀다. 명상도 그 회복의 일부였다.